포클랜드 전쟁의 방관자 [ 4 ]

 

싸움터에서 숨어만 있던 두목

 

 

전쟁은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벌어졌지만 막상 싸움터가 되었던 포클랜드 인근은 교전이 개시되자마자 영국이 완전히 장악하였다.

 

든든한 제해권을 바탕으로 영국의 경항공모함들과 함재기들은 모두가 놀랄 만큼 멋진 활약을 연일 보여주었다.

 

이들은 영국 원정군이 가동할 수 있던 유일한 항공 전력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아르헨티나의 항공 전력과 비교하여 많은 우려를 불러왔던 부분이었다.

 

 

 

                           [ 안전하게 보호 받고 있는 항공모함을 발판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해리어 전투기 ]

 

영국이 유일하게 동원할 수 있었던 해리어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을 뺀다면 아르헨티나의 미라지(Mirage), 대거(Dagger), A-4들과 비교하여 열세로 평가되었다.

 

아음속이었을 만큼 속도도 느렸고 전투 반경도 작아 항공모함 인근을 벗어나 작전에 투입되기 어려웠다.

 

반면 아르헨티나 보유기는 중동전 등을 통하여 실력이 이미 검증된 기종들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투 환경은 아르헨티나가 훨씬 불리하였다는 점이다.

 

기존에 포클랜드에 있던 활주로는 전투기를 운용하기에 너무 작아서 정작 아르헨티나 전투기들은 본토에서 출격하여야 했던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곳도 80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정작 포클랜드 인근까지 날아온 아르헨티나 전투기들이 전투에 돌입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공중급유를 받으며 전투공역까지 다가와도 해리어의 방해를 헤치고 영국 함대를 공격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 공중급유를 받는 아르헨티나 공군의 A-4C ]

 

 

영국은 상공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르헨티나 전투기를 요격하면 되었던 반면 아르헨티나는 영국 함대가 목표였으므로 공대공 전투에 적극 대응하기 곤란하였다.

 

뒤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영국의 해리어를 피해 아르헨티나는 화망을 가로질러 영국 함대에 최대한 접근하여야 했으므로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투 지역은 아르헨티나 앞마당이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혜택을 보는 것이 없었다.

 

반면 영국은 유일한 항공기지인 항공모함을 든든히 보호하는 호위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전투 공역 인근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만일 영국의 항공모함이 격침 된다면 그것으로 영국의 항공 전력은 순식간 제로가 되고 하늘을 아르헨티나가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워낙 호위전력이 막강하여 아르헨티나 해군이나 공군이 아무리 분투를 펼쳐도 영국의 두목을 공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호위함들의 보호를 받으며 항진 중인 인빈시블 ]

 

 

영국의 항공모함들이 호위함들의 든든한 보호를 받아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그 시간에 아르헨티나의 마요는 영국 잠수함대를 피해서 항구에 박혀만 있었다.

 

만일 마요에서 발진한 작전기들이 육상에서 발진한 공군기들과 협공으로 작전을 펼쳤다면 영국 함대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요는 마지막까지 항구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사실 성능으로 마요와 영국 항공모함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보일러 고장으로 출항을 포기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함재기가 이함하려면 항공모함은 맞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미 항공모함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 만일 그랬다면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전략 병기가 어떠한 상황인지도 모르고  전쟁을 개시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두목이 상대 행동대원들이 무서워 움직이지 못하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전쟁 전 아르헨티나 인근 해역에서 초계활동 중인 마요.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아무런 노릇도 하지 못하였다 ]

 

 

분명히 아르헨티나도 마요를 이용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목 혼자서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평소에 주로 활동하던 구역에서 마요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만 했지만 수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외부 세력에게 순식간 영역을 내주어야 했다. 마요를 보호할 만한 쓸 만한 부하들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의미한 만세돌격이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단지 상황이 어렵다고 숨어 있기 위해서 무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로써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마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호위세력도 없이 적이 우글대는 바다로 나간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자살행위와 가까웠고 영국 또한 전쟁이 벌어지자마자 이놈을 철저히 감시하는데 한 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무장사는 인빈시블을 격침시키겠다는 희망을 폭탄에 적었지만 막상 전쟁 기간 동안 마요는 바다에 나가보지도 못하였다]

 

 

포클랜드 전쟁은 아르헨티나 본토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전무하였다. 당시 영국이 동원한 전력으로 아르헨티나 본토 상륙까지 감행하였다면 영국 원정군은 자멸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따라서 아르헨티나도 일단 제한적인 전쟁이 벌어진 이상 그들이 보유한 전력의 최대한을 투입하여야 했다.

 

하지만 마요의 모습을 보면 아르헨티나는 그럴 각오도 없이 전쟁을 벌였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제해권은 항공모함이라는 두목보다 항공모함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또한 주변 수역을 엄중하게 감시할 수 있었던 호위함 전력에서 이미 판가름이 났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항공모함이 이처럼 약한 놈이었다는 것은 어쩌면 등장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불변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었고 전쟁 이전의 아르헨티나가 바로 그랬다.

 

 

                                     [ 실제 전쟁이 벌어지자 평소에 위풍당당하던 두목은 보이지 않았다 ]

 

 

결국 전쟁기간 내내 마요는 항구에 곱게 정박하여 있다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전을 맞이하였고, 이후 1985년 퇴역하여 고철로 없어지는 운명이 되었다.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전략 병기로써의 임무를 다하여야 할 항공모함이 막상 전쟁이 터지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숨어만 있다가 그 생을 다한 것인데 참으로 한심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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