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대략 간 횡단 폭격이 가능했던 B-36 피스메이커(Peacemaker)는 획기적인 구조와 성능에도 불구하고 조기 퇴역한 비운의 폭격기였다. 전투기와 달리 폭격기는 급격한 기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장기간 사용하는데 커다란 무리는 없고 더구나 고가에다 제작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B-36은 일선에서 활약한지 불과 10여년 만에 그 생을 마감하였다.

 

 

 

단명하였던 B-36 피스메이커

 

 

 

물론 B-17이나 B-29와 비교하여 그 정도면 오래 사용한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전쟁에서 맹활약한 이들 선배 기종들과는 달리 B-36은 실전 참가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기체의 피로도도 그리 크지 않았다. 특히 B-36을 대체하며 미국의 주력 전략폭격기가 된 B-52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 Fortress)50여년 이상을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생애가 무지 짧았다.

 

 

탄생한지 50년이 넘게 현역에서 활동 중인 B-52

 

 

이와 같이 비운의 생애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속도 때문이었는데, 후기형은 4개의 J47 터보제트 엔진을 추가로 장착하였지만 원론적으로 B-36은 프로펠러 폭격기였다. 강력한 6개의 P&W B4360 엔진으로 추력을 얻었지만 속도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간용 여객기마저 서서히 제트기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는데 B-36은 탄생시점에 이미 심장을 잘 못타고 났던 것이었다.

 

 

 

제트 엔진을 추가 장착하여 개조한 후기 형 B-36

 

 

 

물론 속도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폭격기들은 단지 속도만 가지고 능력을 따질 수는 없다. 특히 현재도 일선에서 사용 중인 러시아의 Tu-95 베어(Bear)를 생각한다면 B-36이 단지 프로펠러 기종이라 그토록 쉽게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2차 대전 당시의 속도 지상주의가 계속 팽배하던 시절이어서 그런 급속한 퇴출이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로펠러 폭격기지만 1950년대 탄생한 Tu-95는 아직도 현역이다

 

   

하지만 그 보다 사상 최대의 전쟁이 종식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기를 계속하여 만들어내고 제식화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되어 있어서 이런 낭비가 가능한 일이었다. 2차 대전 종식 후 곧바로 찾아온 냉전은 좀 더 강력하고 뛰어난 무기를 미국이나 소련이 갖추도록 계속하여 동기를 부여하여 왔고 또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용인하도록 만들었다.

 

 

 

1950년대 제트기의 백가쟁명 시기를 상징하는 센추리 시리즈

 

 

아마 오늘날 같으면 여러 곳에서 극심한 반대를 불러왔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군부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은 다 해보고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소유할 수 있었던 복에 겨웠던 시기였다. 이런 환경을 발판삼아 사상 최대의 폭격기였던 B-36을 젊은 나이에 쫓아내고 더욱 팔팔한 최신식 B-52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한마디로 냉전시대의 패러다임이었다.

 

 

 

속도를 제외한다면 B-36과 B-52의 능력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무기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수명이 다해 용도 폐기되어야 할 운명이지만 정치 외교적인 환경 때문에 B-36은 충분히 쓸 만한데도 불구하고 더 좋은 B-52가 있자 즉시 생을 마감하였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여 만일 B-52도 더 좋은 후계자가 등장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1950년대 시대상으로 바라본다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젊은 처자를 내 쫓고 안방을 차지한 새 신부 B-52는 무려 태어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사용 중이다. 동 시대에 등장한 수많은 무기들이 벌써 생을 마감하고 사라졌는데 아직도 B-52가 날아다니는 것은 성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안보 상황이 바뀌면서 일손을 놓아줄 후계자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 늙어서 고생하는 꼴이라 할 수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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