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자 흉악한 인간들은 이 신기한 물건을 어떻게 하면 사람을 죽이는데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최초 군용기의 등장 목적은 정찰이었으나 하늘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것이 적을 제압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상대방의 공격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비행기가 탄생하고 무기가 되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적이 하늘에서 공격을 가할 때 방어하는 여러 가지 수단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지상에서 적의 비행기를 요격하는 것보다는 하늘에서 아군기로 맞상대하여 격추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전투기들이 등장하였고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결국 전투기간의 공대공전투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적기를 격추한 조종사는 마치 기사(Knight) 같은 대접을 받았다

 

 

 

전투기 사이의 진검승부가 개시되었다.

 

 

 

이후 공중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조종사들이 속속 등장하였는데, 통상적으로 5기이상의 적기를 격추한 조종사는 최고의 용사라는 의미를 지닌 에이스(Ace)라는 영광 된 호칭으로 불렸다. 얼핏 5라는 숫자가 적은 것 같지만, 이른바 독파이팅(Dog Fighting)이라 불리는 근접 공중전으로 싸워야 했던 초기 공대공전투에서 상대를 격추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제트 전투기 시대의 최초 에이스로 기록된 자바라(中)

 

 

상대적으로 역사가 일천하고 공대공 교전 기록이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 공군은 아직 에이스가 없다. 사실 공대공 미사일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원거리에서부터 싸움을 벌이는 이른바 가시권 밖(BVR) 교전이 대세인 지금도 에이스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에이스들이 많이 탄생하였던 전쟁이 바로 제2차 대전이었는데 5기 격추는 물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 수많은 조종사들이 있었다.

 

 

 

당연히 초기 에이스들은 독파이팅의 달인들이었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군 최고의 격추 기록은 소련의 코체더브(Ivan Kozhedub)가 거두었던 62기였다. 에이스의 기준이 5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충분히 짐작될 수 있다. 서부전선에서는 영국 공군의 존슨(James J. Johnson)이 기록한 38기였고, 함재기 조종사로는 태평양 전선에서 활약한 미 해군의 맥캠벨(David S. McCampbell)34기가 최고였다. 한마디로 놀라운 전과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태평양 상공의 저승사자 맥캠벨

 

 

 

그런데 이러한 기록들도 동시대에 활약한 독일 공군의 에이스들에 비하다면 감히 비교조차 안 될 만큼 미미하다. 연합군 최고라 할 수 있는 30~40기의 격추 기록을 가진 조종사들의 이름을 독일의 에이스 명단에서 확인하려면 뒤에서부터 거꾸로 보아야 찾기가 쉬울 정도다. 사실 독일의 에이스들은 제2차 대전뿐만 아니라 최초의 공중전이 벌어졌던 제1차 대전 당시에도 빛나는 성과를 기록하였다.

 

 

연합군 최고의 에이스 코체더브

 

 

1차 대전 당시 최고의 격추기록을 기록하였던 에이스중의 에이스가 흔히 붉은 남작으로 널리 알려진 리히토펜(Manfred von Richthofen)이다. 그는 전쟁 중에도 대중으로부터 인기가 높았고 전사를 당한 후에는 신화로 남게 되었을 만큼 아군은 물론이거니와 적군에게도 존경의 대상이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격추기록은 무려 80기인데, 비공식적인 기록에는 100기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설의 에이스 리히토펜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80기만해도 앞서 언급한 코체더브의 62기를 간단하게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그렇지만 전설로 내려오는 붉은 남작의 전과는 그의 수많은 후배들이 제2차 대전 때 거두었던 성적에 비하면 등수 안에 들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일 뿐이다. 그렇다면 독일 공군의 후배들이 도대체 어떠한 전과를 기록하였기에 리히토펜의 무시무시한 전과가 그저 그런 기록으로 보이게 만들었을까?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