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T-34가 초전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군이 싸워보지도 않고 줄행랑 쳤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과거 선전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전차 앞에 뛰어 들어가는 무모한 방어도 하지 않았다. 앞에서도 설명하였지만 북한이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였음에도 서울까지 오는데 3일이 걸렸다는 사실은 당시 국군이 얼마나 고군분투하였는지 알려주는 반증이다.

 

 

국군은 나름대로 효과적인 대전차전술을 시도하여 많은 성과를 보았다.

 

 

개전 당시에 중부전선을 방어하던 청성부대는 말고개 전투에서 비록 전차는 아니었지만 당시 북한군의 주요 기갑 장비 중 하나였던 Su-76자주포 10대를 노획 및 파괴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당시 작전을 지휘한 제19연대장 민병권(閔丙權) 중령은 특공조를 투입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철저히 교육시켰다.

 

 

북한군의 주요 기갑 장비였던 Su-76자주포

 

 

"해치가 열려 있으면 수류탄과 화염병을 투입한다. 해치가 닫혀 있을 경우에는 81밀리 박격포탄을 궤도 밑에 밀어 넣어 기동력을 마비시킨다. 만일 박격포탄이 불발이 될 경우에는 연막으로 시계를 막아 해치의 개방을 강요하여 공격하고 그래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화염병을 엔진실 상판 덮개 위에 투척한다."

 

절대로 임기응변적으로 나올 수 없는 명쾌한 공격법이었다.

 

 

 

말고개전투에서 노획한 자주포 앞에 선 제19연대 용사들

 

 

 

문산 전투에서 전진부대 제1대대장 김진순 소령은 급편한 대전차 특공조로 하여금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묶어 만든 폭탄을 무한궤도에 밀어 넣어 파괴시키는 전술을 구사하여 적 전차의 진출을 막아내었다. 그 외 봉일천 전투, 동두천 전투, 축석령 전투, 백석천 전투, 수유리 전투, 옹진 전투 등에서 T-34를 공격하여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시키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적 전차 격파 재현 행사

 

 

 

이와 같이 비록 군 전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국군에게는 이처럼 대전차 작전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유능한 지휘관들이 있었다. 전쟁 초기에 참전하였던 스미스 특임대가 전사에 길이 남는 망신을 당하였고 이후 투입된 미 24사단 본진이 북한군의 T-34와 교전하면서 수모를 겪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중과부적 상태에서 달성한 국군의 전과는 결코 폄훼할 수 없다.

 

 

미군도 참전 초기에 상당히 곤혹을 치렀던 점을 고려한다면 국군의 분투가 얼마나 대단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력이 부족하여 밀렸지만 그냥 적의 진출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전차를 막아 내었다. 그리고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격파 경쟁이 붙었을 정도로 T-34의 전술 능력은 순식간 격감하였다. 특히 압도적인 공군력은 T-34에게 가장 크게 피해를 안겨준 주역이었다. 전사에는 약 7할 정도의 북한군 전차가 공습으로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미 공군은 한마디로 지옥의 사신이었다.

 

1950년 10월 격파당한 T-34 옆으로 북진하는 유엔군

 

 

전사에 개전 당시에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던 기록이 114, 미 해병사단이 장진호로 진입하면서 진흥리일대에서 파괴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북한군의 전차가 주역으로 활약한 시기는 전쟁 개시 후 불과 한 달 정도의 기간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 달의 악몽으로 인하여 국군이 북한군의 기갑부대에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는 휴전 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위대한 용사들의 분투를 종종 망각하는 경향이 많다.

 

 

 

지금까지 알아 본 것처럼 초전의 패배는 그리 자학 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었고 오히려 확대 해석 된 감도 있다. 비록 T-34에 밀려 후퇴는 하였지만 무서워서 도망만 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처음 보는 T-34에 당황하지만 않고 적극 공략할 줄 알았던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진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