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프랑스의 교묘한 억압책에도 불구하고 신성로마제국 강역 내에서 조금씩 골목대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독일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게르만들이 세운 왕조들이었는데, 하나는 동남부에 자리 잡고 세력을 키우고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였고 또 하나는 신성로마제국의 영역 밖인 북동부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역시 게르만족의 호엔촐레른 왕가였다.



갈가리 분열 된 신성로마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1500년경의 유럽지도


 

오스트리아의 지배자인 합스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가지고 있던 관계로, 가톨릭 세계의 유일 황제가문이었다. 유럽에서도 황제는 의미상으로 왕들의 왕이지만 동양의 황제나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처럼 모두를 지배하는 거대 권력자가 아니라 단지 형식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으로부터 유일하게 로마제국의 계승자로서의 호칭을 인정받는 매력적인 자리이기도 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가졌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장

 


 

 

때문에 절대왕정을 구가하며 유럽 제일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프랑스의 부르봉왕가는 황제의 직위를 보유한 합스부르크를 시기하였고 당연히 이 둘은 자존심 경쟁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유럽 최고의 가문이라는 자존심에 충만한 합스부르크와 부르봉의 경쟁은 상당히 격렬하여, 17세기 이후 벌어진 서유럽의 전쟁에서 이들 모두가 빠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였다.

 

 

 

제일을 자부하였던 부르봉 왕가의 문장


 

 

 

신성로마제국의 동북 변방에서 발흥한 호엔촐레른왕가는 1701년에 프로이센 왕국으로 발전하였고 이후 인근 제후국들을 차근차근 합병하며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하였다. 프랑스가 대혁명이라는 내환에 휘말릴 때 프로이센은 프랑스,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와 더불어 어느덧 유럽의 5대 강국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드디어 리슐리외가 경계하던 프랑스의 강력한 적대국들의 맹아가 역사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변방에 있던 프러시아는 서서히 힘을 키우며 세력을 확장하였다.

 

 


 

한편 프랑스는 혁명의 혼란기를 수습하고 나폴레옹이 권력을 장악하였다. 명분은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알렉산더와 시저를 동경하던 이 야심가는 전 유럽을 정복하기 위한 원정에 나섰다. 이때 여타 유럽 국가들은 왕정을 수호하고자 대불동맹을 맺고 나폴레옹에 저항하였다. 하지만 연전연패 당하였고 동맹의 중심이었던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은 먼저 보복의 대상이 되면서 많은 수모를 겪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가장 가까이 있던 독일이 수모를 겪었다.


 

나폴레옹은 1804년 인민투표를 거쳐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유럽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상태로 황제에 오른 이상 오스트리아는 그동안 명목상으로나마 유지하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기에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1806, 천여 년을 근근이 이어온 신성로마제국이 자의반타의반으로 해체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굴욕의 끝이 아니었다.

 

 

 

 

신성로마제국을 해체 시킨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에 올랐다

 

 


 

투표를 거치면서 국민의 동의도 얻었고 교황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충분히 명분도 있었지만 핏줄로도 황제가 되고 싶었던 나폴레옹은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어버린 프란츠 2세의 딸인 루이사와 정략결혼을 한 것이었다. 독일 통일을 이끌 가능성이 컸던 거대 세력이었던 강국 오스트리아가 이처럼 프랑스의 발밑에 철저하게 굴종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이센이 당한 굴욕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

 

 

 

 

독일은 나폴레옹에게 능욕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독일의 통일을 이끌만한 또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하였던 프로이센도 대불동맹의 주력 국가로 러시아 등과 연합하여 나폴레옹에 극렬히 대항하였다. 하지만 처참하게 패하였고 1807년 틸지트 조약을 맺으며 국토가 분리되는 굴욕을 감수하여야 했다. 오스트리아가 간접적 지배를 받았던 것에 비한다면 나폴레옹의 직접 간섭을 받게 된 프로이센의 수모는 그야말로 굴욕이었다.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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