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대한민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하였다.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하려 하였지만 그 어느 나라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 고민이 컸던 그는 같은 분단국으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하던 서독이라면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먼 길을 떠난 것이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독일을 찾은 박대통령은 129, 당시 서독 수상이던 에르하르트와 회담을 하였는데 당시 통역을 맡았던 백영훈 박사의 회고에 따르면 그대로 통역하기 민망할 만큼 박대통령은 집요할 정도로 반복하여 도움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우리는 빈곤하였고 이렇게 어렵게 얻은 외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되었다. 다음은 그때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다.

 

 

 

1964년 12월 9일 독일에서 있었던 한독정상회담

 


박정희 "식민지 ... 한국전쟁 ... 가난 ... 경제개발 ... 그래서 지원을 요청합니다."

에르하르트 "일본하고 손을 잡으시지요."

박정희 "돈 좀 꿔달라는데, 일본 얘기는 왜 꺼내십니까?"

에르하르트 "독일과 프랑스는 수차례 전쟁을 했으나 지금은 손을 잡았습니다. 한국도 경제협력을 위해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박정희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싸웠지요.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일본에게 침략 당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에르하르트 "그래요? 그렇다면 일본이 사과 해야지요. 그런데 우리 독일은 전투에서 진적이 없지만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습니다. 하하하"

 

 

 

독일 광산을 방문하여 파독 광부들을 격려하는 모습


 

이 방문을 통해 당시 서독에 파견 된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임금을 담보로 해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그렇게 어렵고 귀하게 얻은 자금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 되었다. 그런데 옆으로 조금 빠져서 전쟁사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독일과 프랑스간의 충돌에 있어 독일이 전투에서 진적은 없지만 전쟁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는 에르하르트 수상의 말이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정상 회담 중인 에르하르트 서독 총리

 

 


 

물론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20세기 이후 최고의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여겨지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충돌 역사는 독일 수상의 말처럼 항상 변화가 놀라울 정도로 많아 들여다볼수록 흥미롭다. 특히 툭하면 주변국의 도발로 인하여 고통을 겪었던 우리 역사에 비추어보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많다. 앞으로 소개할 내용은 이에 관한 작은 이야기다.

 

 

 

인접한 독일과 프랑스는 그야말로 역사의 라이벌이었다.

 

 


 

서기 476西로마가 멸망한 후 유럽은 게르만의 여러 민족들이 세운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 하는 엄청난 혼란의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481년 탄생한 프랑크왕국은 지역의 강자로 군림하면서 서서히 그 세력을 주변으로 넓혀갔다. 이후 프랑크왕국은 서유럽을 통일하였고 732년 피레네산맥을 넘어 북진하던 이슬람세력을 막아 유럽대륙의 기독교를 보호하는 선봉장이 되었다.

 

 

 

 

교황으로부터 황제의 관을 받는 프랑크 왕국의 칼대제


 

이렇게 거대하게 성장한 왕국은 극성기를 열은 칼대제 시대인 800년에 교황으로부터 로마제국 황제의 관을 물려받으며 로마 멸망 324년 만에 제국의 계승자가 되었다. 이것은 로마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서양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서로마 멸망 후에도 천년을 더 살아남은 로마(Byzantine Empire)도 있지만, 이후 세계사의 중심이 되는 서유럽 스스로가 로마를 승계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원래 하나의 나라였던 독일과 프랑스는 칼대제 사후 분리되었다.

 

 

하지만 칼대제 사후에 프랑크왕국은 권력 다툼으로 말미암아 870년 동, , 서프랑크의 3나라로 완전히 분리되어 별개의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것은 오늘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가 되었다. 근대이후 유럽 최고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이처럼 원래 하나였던 프랑스와 독일은 백성들의 의사와 전혀 관련 없이 단지 집권자의 권력욕 때문에 전혀 별개의 나라로 완전히 갈라지게 된 것이다. ( 계속 )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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