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끌려들어 가보니 험악한 인상의 여자 포로들이 녀를 손 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로들은 자기보다 서 너 살이나 어린 것들이었지만 나이 사정을 봐 줄 상황이 아니었다그러나 박순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미 대공 수사에서 침투와 위장등으로 잔뼈가 굵은 몸이었다. ()에서도 눈치와 임기응변 능력이 소문난 사람이었다.

 

당시 여자 교통 경찰

 

그 녀는 험악한 것들이 손을 보기 전에 선수를 쳤다. 박순경은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추켜올리며 벼락같은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노동자 농민의 자식입니다!”

 

열차가 떠나가게 지른 외침에 험악한 인상들은 아연해졌다. 그건 이승만 도당의 주구(走狗) 남조선 경찰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말이엇다. 멈칫하는 사이 열차 저 구석에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나면서 금방 그 박수 소리는 전 포로들 사이에 퍼졌다. 열렬한 박수를 받은 박순경은 포로들과 같이 앉아서 한동안 같이 달렸다.

 

현재의 박종순 여사

 

아무리 강한체해도 순진한 면은 다가지고 있는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었다. 여자 포로들은 노동자 농민의 딸이라는 박순경을 완전히 맘에 들어 했다. (박순경의 아버지는 공산당들이 미워하던 지주 계급이었다.) 포로들중에 다정하게 등을 두들기며 과자를 갖다 주기도 하는 과잉 친절을 베푸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박순경을 졸랐다.

 

동무야! 우리 같이 공화국 수령님께 가자!”

 

철없는 소리였지만 노련한 박순경은 이를 기막히게 맞받아 쳤댜.

 

좋아! 나도 늘 수령님 곁으로 가고 싶은 생각을 해왔었다.  이 기회에 나도 가겠다!”

 

김일성이가 싫어서 남하했는데 반대로 둘러 부친 것이었다..

 

우와-!”

 

젊은 포로들은 차안이 떠나가게 박수를 쳤다. 박순경은 속으로 냉소를 띄었다.  영리한 기지로 위기를 탈출해 근무 위치로 돌아온 박순경은 '이 철부지들아! 나를 데리고 어떻게 판문점을 통과할래?' 라고 속으로 되내며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호송임무 여자 경찰 모두가 포로들의 폭력에 수모를 당했지만 자신만이 유일하게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귀환직전 판문점에서 미군 장교에게 탈의 난동을 부리는 북한군

 

기차는 북쪽을 향하여 달렸다. 박순경은 차안을 들여다보면서 귀환 포로 엄마에게 안겨서 새근새근하게 잠들거나 젖을 빠는 아기들을 보고 놀랄 사실을 알았다. 여자 포로들이 악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발광상태의 소동을 피는데도 어느 아기도 우는 아이가 없었다. 보통 가정의 아기들이라면 이 소란에 까무러치게 울어댔을 텐데도 말이다. 세상에 나와서 눈을 떴을 때부터 포로수용소의 소란스런 난동 속에서 자라났기에 모두 면역이 된 것이었다.

 

전란의 난동에서 어린 나이에 변을 당하고 아기를 가지게 된 엄마들의 운명도 그렇지만 앞으로 북한이라는 폐쇄 국가에서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라날 아기들을 운명 역시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차안에서 오락회인지 선동대회인지 또 난리가 벌어지는 틈에 앳된 여자 포로가 슬쩍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차안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말했다.

 

저는 집이 서울이예요 동덕여고 다니다가 인민군에 들어갔어요..“

! 그러세요?”

저 어떻게 안 될까요? 집으로 가고 싶어요!”

 

북송 대열에서 빠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피할수 없는 사정으로 북한군이 되고 포로가 되었지만 집단의 감시가 너무 심해서 반공포로로 전향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고 어찌어찌 하다가 북송열차까지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박순경은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유엔군이 북쪽에 통보한 송환포로 명단에 엄연히 올라있는 그녀가 송환 마지막 과정에서 북으로 가지 않겠다고 한들 후유증을 두려워할 미군들이 그녀의 간청을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박순경이 그녀를 도울 아무런 능력도 권리도 없었다. 박순경의 힘들 것 같다는 대답에 그 서울 출신 여자 포로는 한숨을 쉬며 큰 실망감을 표했다말하는 중에도 연신 차안의 눈치를 보던 그녀는 작은 종이 쪽지를 넘겨주었다.

 

제 집 주소인데 죄송하지만 부모님에게 제가 살아서 북조선으로 갔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쪽지를 전해준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애써 힘들게 참으며 객실로 돌아갔다. 호송 임무가 끝난 뒤 박순경은 다른 여자 경찰로부터 한 사실을 듣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송환 열차의 한 칸에서 여자 포로들이 한 여자 포로들을 때려 죽였다는 것이었다.

 

북한 귀환 포로들의 다른 사진 - 이들 남자 포로들도 여자포로들처럼 갖은 난동과 열차 파괴를 하고 하차했었다. (자료출처-연합뉴스)

 

소란스런 폭행 장면을 똑똑히 본 담당 경찰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북한 여자 포로는 리승만 도당의 개들에게 맞아 골병이 들은 아인데 그만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병이 악화되어 죽어버렸다" 고 말했다. 죽은 시체는 객실에 준비된 담가에 담아 북으로 가져갔다. (4편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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