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시간은 흘러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5년 전 보무도 당당히 전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승승장구하던 히틀러의 군대는 이제는 동서에서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소련군과 연합군을 겨우겨우 막아내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히틀러가 애지중지하던 많은 부대는 대부분 서류상으로나 존재하고 있었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루프트바페(독일 공군) 또한 연합군의 전략폭격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합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막아 낼 방법이 독일에게는 없었다.

 

사방으로 포위당한 독일 국민들은 극심한 물자부족으로 말미암아 빵 한번 배불리 먹어본지 오래 되었으나 무제한 폭격에 희생만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었다. 비록 지난 제1차대전에서 패전을 당하였지만 당시 대부분의 전투가 독일영토 밖에서 벌어졌던 관계로 이러한 끔직한 시련은 독일 국민들에게는 유사 이래 최악의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전쟁 말 독일의 피해는 유사 이래 최악의 참화였다.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패배가 100퍼센트 확실한 상황인 이때쯤 독일의 지휘부는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했다. 유일한 길은 항복이었으나 히틀러도 독일 국민들도 모두 제1차대전 항복 후 승전국들의 무지막지한 보복으로 전쟁이상의 고통을 겪었던 베르사유조약을 기억하고 있었다. 만일 다시 항복을 한다면 베르사유조약을 능가하는 승전국의 보복이 뒤 따를 것으로 생각하였다.

 

제1차대전에서 항복한 독일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대변하는 사진)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솔직히 전세를 반전시킬 뚜렷한 대책이 독일에게는 없었다. 물자도 없었고 전선에 투입 될 수 있는 새로운 병력은 어린이를 갓 벗어난 애송이들이나 기력이 쇠한 장년이상의 노인들이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인명과 독일의 재산을 그나마 보존하기 위해서는 항복이 제일 좋은 방법인데 항복 후의 보복이 독일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고 특히 엄청난 전쟁범죄 행위를 저지른 전과가 있어 더욱 그러하였다.

 

전쟁 범죄 때문에 나치 스스로 패전이나 항복 시에 있을 보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히틀러가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이런 사실은 직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항복이라는 치욕적인 단어를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도 없었고 자존심도 용납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제1차대전의 항복을 굴욕으로 여기고 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항복이라는 단어조차 그의 기억에 없었다.

 

히틀러는 베르사유 체제를 부인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그의 쓸데없는 자존심은 국민과 국가의 안위보다 위에 있었다. 아니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였다면 전쟁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이라는 수단을 함부로 꺼내 들어 휘둘렀던 이들이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 주었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히틀러도 전쟁을 통한 승리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러한 과정에서 겪어야할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는 인물이었다.

 

어떤 전쟁이든 고통을 받는 이들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다.

 

시쳇말로 "...왕년에 내가..."하는 식의 허풍을 유난스럽게 떠는 사람들을 우리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뭐 그리 신통한 것도 아니다. 아주 극히 왕년에 진짜 한 가닥 하던 인물들이라도 현재 한 가닥 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추할뿐이다. 예를 들어 이제는 사라졌나하고 생각하던 과거의 유명인들이 잊혀 질만하면 엉뚱한 가십거리를 만들어 다시 들이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히틀러는 전성기의 영화를 잊지 못하였다. 불과 2~3년 전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히틀러는 비록 항복이나 망국이냐의 갈림길에 있었지만 사실 왕년의 영화를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아주 먼 오래전의 일도 아닌 불과 2~3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지배자인 것처럼 자천으로 타천으로 대접을 받거나 아니면 증오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는 암담한 현재보다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집착하였다. 결국 현실을 거부하고 부정하려는 이 독재자는 극적인 반전을 통하여 영광을 재현하려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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