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공수작전[6]   

 

 

 

- 무덤이 되어가는 섬 -

 

 

군인이 무기를 들지 않고 작전을 벌인다는 것이 상상이 가는가? 그런데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초기 팔슈름야거들은 무기를 휴대하지 않고 낙하하였다. 당시에는 낙하 도중 낙하산이 휴대한 무기에 걸려 추락 사고가 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대원들과는 별개로 별도의 콘테이너에 화기를 담아서 낙하 시키는 전술을 구사하였다.

 

초기의 팔슈름야거들은 총기를 휴대하지 않고 낙하하였다.

 

그만큼 공수작전과 관련한 사전 지식이나 노하우가 부족하였다. 더불어 당시 무기와 낙하산을 비롯한 장비가 부족한 점도 영향이 컸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낙하산의 방향조차 바꿀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였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팔슈름야거들의 선택은 몰랐던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으로는 그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때문에 착지한 후 대원들이 제일 먼저 할 일이 함께 투하 된 콘테이너를 찾아 재빨리 무장을 하고 대형을 갖추어 작전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간신히 살아서 착지하는 것도 기적이었을 만큼 총알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작전 첫날의 크레타에서 콘테이너를 찾기 보다는 먼저 몸을 숨기는 것이 급선무였다.

 

낙하 성공 후 최대한 빨리 무기를 회수하여 작전을 펼쳐야 했다.

 

발톱이 없는 독수리들은 콘테이너가 수 십 미터 앞에 뻔히 보여도 단지 쳐다 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고 일당백의 전투력을 보유하였다고 자화자찬하는 정예 팔슈름야거들이라 하여도 총이 없이는 당연히 적과 대치 할 수 없었다. 죽지 않고 착지하였다면 되도록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일 가까운데서 수색하는 연합군을 만났다면 항복하거나 돌을 던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특수부대원들이 맨손으로 난사하는 총알을 피해가며 수많은 적들을 일거에 제압하는 것은 람보 같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참담한 비극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날개와 발톱이 빠진 독수리들은 차례차례 녹아내렸다.

 

1파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궤멸되고 있을 때,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독일 지휘부는 계속해서 제2, 3파를 축차적으로 나누어 공수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이들도 제1파가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붉게 물든 꽃잎이 되어 차례차례 사라져 가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더해서 호위기도 없이 비무장으로 저고도로 느리게 다가오는 수송기들 또한 대공포의 손쉬운 표적이 되었다. 그런데도 독일은 이들을 호위하고 지상의 대공포를 제압할 공격기들이 함께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판단 실수도 있었지만 병력을 공수할 수송기의 출격이 우선이다 보니 전투기나 공격기들이 이륙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느린 수송기들도 손쉬운 표적이 되어 사라져 갔다.

 

당연히 수많은 공수대원들이 뛰어내려 보지도 못하고 비행기와 함께 사라져 갔다. 피격을 피한 수송기에서 뛰어내린채 서서히 낙하하는 팔슈름야거들은 연합군에게 단지 사격연습용 표적일 뿐이었고, 이 사격에서 벗어나 간신히 착지에 성공한 대원들도 비무장이었기 때문에 소탕하기 쉬운 먹잇감일 뿐 이었다.

 

독일군 최고의 정예병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차례차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간신히 무기를 회수하고 대형을 정비한 일부 부대원들이 간간히 반격에 나서기는 하였지만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중화기를 난사하는 연합군에게 쉽게 제압당할 뿐이었다. 이제 크레타는 팔슈름야거들의 무덤으로 서서히 변하여 가고 있었다.

 

수많은 Ju-52 가 격추되었고 일부는 최근에도 인양되었다.

 

자신만만하게 작전을 주도했던 아테네에 있는 독일 지휘부의 무전기로 날라 오는 소식은 오로지 피해 상황과 살려달라는 절규뿐이었다. 전혀 예상 밖의 상황에 지휘부도 혼란스러웠다. 적이 어떻게 대비를 하였는지 궁금하거나 놀랄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만큼 크레타의 상황은 급박하였다.

 

부정확한 정보로 섬의 세 곳에 뛰어내린 병력들은 애초에 목표로 하였던 비행장 확보는커녕 연합군에 의해 차츰 녹아내리고 있었다. 불바다에 내팽겨 쳐진 고립무원의 팔슈름야거들은 사살하기 쉬운 사격표적이 되어 그냥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 슈트덴트는 크레타 점령이 참담한 실패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크레타는 무덤이 되어가고 있었다.

 

후속하여 비행기를 타고 크레타로 진입 할 예정인 제5산악사단 선발대와 이후 크레타 평전 후 배를 이용하여 도착할 중무장한 후속부대들은 비행기나 배도 못 타보고 작전을 종결 하여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연합군 측의 조그만 실수가 전세를 반전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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