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것은 여러 우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미군 공격비행대가 축차적으로 따로따로 공격에 나선 것이었다. 원래는 함대 상공에서 대 편대를 이룬 후 집단 공격에 나서기로 되어 있었으나 일본 정찰기에게 미 함대가 발견되자 먼저 이함 한 비행대부터 지체 없이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 어뢰를 투하하는 TDB 뇌격기. 이들은 축차적으로 공격에 나섰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

 

 

 

최초의 불나방들이 모닥불로 뛰어들어 스스로를 태운 지 얼마 자나지 않은 0748, 미드웨이 섬에서 출동한 VMSB-241(미 해병 241공격비행대) 소속 SBD 급강하폭격기 16기가 항모 소류(蒼龍)에 접근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신참 파일럿들이어서 SBD급강하공격 기동 전술을 숙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대장 헨더슨(Lofton R. Henderson) 소령은 어쩔 수 없이 낮은 각도로 강하해 함대를 공격하라고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 신참들을 이끌고 소류 공격을 지휘한 로프튼 핸더슨 ]

 

 

 

조종이 미숙한 신참 조종사들은 아군 호위기들의 보호도 없이 내려진 돌격명령에 따라 제로기와 대공포 탄막이 가득 찬 모닥불 속으로 겁 없이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급강하폭격을 포기하고 속도를 낮추어 수평 비행으로 적함에 접근하자 폭탄을 투하하기도 전에 선두에서 비행하던 대대장 헨더슨의 기체를 포함한 8기의 SBD가 차례로 격추되었고, 나머지 SBD도 대공포의 탄막으로 인해 명중탄을 투하할 수 없었다.

 

 

 

 

[ 미드웨이 해전 직전에 촬영된 VMSB-241 대원들. 이들 중 절반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다 ]

 

 

피격 당하지 않고 모닥불을 빠져나온 8기의 SBD를 제로 전투기들이 추격해왔지만, 마침 2만 피트 고공에서 19기의 B-17 중폭격기 편대가 나타나 일본 항모들을 향해 600파운드 폭탄을 마구 쏟아 부어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다. B-17의 고공폭격을 지켜보던 일본함대의 사령관 나구모(南雲忠一) 제독은 아니 저렇게 높은 데서 저런 방법으로 우리를 맞출 것으로 생각한단 말인가?”라고 했을 정도로 무의미한 시도였다.

 

 

 

 

 

[ 진주만 기습 당시에도 일본 함대를 지휘하였던 나구모 주이치. 그는 소심한 작전 운용으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하였다 ]

  

 

고공에서 수평폭격으로 움직이는 함선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는데, 이것은 그만큼 미국이 앞뒤 가리지 못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미드웨이 해전에 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때마침 등장한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피격 위기에 빠졌던 SDB 8기는 구사일생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일본함대의 회피기동 시간만큼 일본 함재기의 이함을 잡아놓았다.

 

 

 

 

 

[ B-17이 투하한 폭탄을 회피하는 항공모함 소류 ]

 

 

0820, 미드웨이 섬에서 출격한 마지막 공격비행대인 11기의 구닥다리 SB2U 급강하폭격기들이 일본함대 상공에 나타나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또한 불나방 꼴을 면치 못하고 차례차례 불붙어 바다 위로 사라져갔다. 호위기도 없이 무모하게 일본함대를 향해 뛰어든 일련의 공격은 처참하게 실패했고, 코앞에서 미군기가 격추되는 모습을 지켜본 일본군의 사기는 충천했다.

 

 

 

 

 

[ 퇴역이 예정되었던 SB2U 까지 동원되었을 만큼 미국은 다급하였다 ]

 

 

 

그러나 이때까지도 일본함대는 미국의 항공모함들에서 발진한 후속 공격부대가 그들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일본함대를 지휘하던 나구모 제독도 미국 항모의 존재 여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미군 정찰기가 일본함대를 발견한 후 즉시 대응태세를 갖춘 데 반해 일본군 정찰기는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출격부터 늦었고 막상 미국 항공모함을 발견했을 때는 무전기가 고장이 발생하였다.

 

 

 

 

 

[ 일본 해군의 아이치(愛知) E13A 정찰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연이어 고장이 발생하였다 ]

 

 

 

이처럼 발견도 미군보다 늦었고 함대에 연락을 취하지도 못한 결과는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을 승리하게 만든 중대한 우연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모든 것이 사실 지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만일 일본에게 이런 연이은 불운이 없었고 조금 더 빨리 공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였다면 미국이 참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결론적으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신은 일본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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